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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박사의 '머리 이야기' 첫번째

- 머리이야기 & 머리카락이야기

 

제1화. 머리이야기 & 머리카락 이야기 

 

머리카락은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에 1cm 정도 자랍니다.

 

미용실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머리카락을 다듬거나 스타일을 변경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다듬거나 자르거나 할 때  "머리 잘라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하지 "머리카락 잘라 주세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염색과 파마를 하러 오신 고객들 역시 "머리 염색하러 왔어요." "머리 퍼머 하러 왔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한번도 머리카락 염색해 주세요. 혹은 머리카락 퍼머해 달라는 분은 미용인 30년 동안 한 분도 뵌 적이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머리카락을 손질을 하는 것이지 머리를 자르거나 염색할 수 없는데도 말이죠.

 

만약 말 그대로 이해해서 머리를 자르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해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고객과 마찬가지로 헤어 디자이너인 저 역시 “머리를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어떤 머리 스타일로 해 드릴까요?” 라고 말을 건네지, 머리카락을 어떤 스타일로 해 드릴까요 라고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일상적으로 이 부분에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오히려 “머리카락 잘라 주세요.”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립니다. 아마도 머리와 머리카락을 동일어로 사용한다는 방증(傍證)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우리 민족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머리는 ‘head’, 머리카락은 ‘hair’로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머리는 ‘首, 머리수’로, 머리카락은 ‘모발(毛髮)’ 또는 ‘髮, 발’로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민족은 관습적으로 머리와 머리카락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얼과 혼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머리카락을 머리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알려진 단편 소설이 있는데요.

 

미국인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인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Megi)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델라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팔아서 남편의 시계줄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짐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사랑하는 연인의 긴 머리에 어울리는 빗을 선물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머리카락은 소중한 선물을 하는데 사용됩니다. 이런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라는 신발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미투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짚신의 형태인데요. 이 미투리를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입니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의하면 1998년 4월 안동 정상동 고성이씨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신발)가 편지와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미투리를 만든 여인은 ‘원이 엄마’인데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면서 슬픔의 마음과 함께 가시는 길 편히 가기를 바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신발을 만들어 부장품으로 넣어준 것입니다(안동대학교 박물관, https://www.andong.ac.kr). 출토 당시 미투리는 한지에 싸여 있었는데요.

 

서양인의 눈에도 머리카락으로 만든 신발이 신기하고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마음이 놀라웠던 같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잡지와 고고학 저널 ‘ARCHAEOLOGY’에 2007년과 2010년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소개 되었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표현하고 사랑의 징표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머리카락인 것입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의하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면서 음식거처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머리를 땋는 방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머리모양은  한 나라의 정체성과 한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처럼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머리카락에 담긴 의미는 보여지는 것 그 이상의 숨겨진 의미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들의 삶에서 머리카락은 눈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말로 형온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의 정성을 담를 수 있으며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머리, 머리카락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박사

 

 

◇  <약력> 

향장미용학 석사

미용기능장

전통공예작가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 금메달

2019년 C.A.T 세계대회 오스카상수상

2016년 C.A.T 아시아 일본대회 특별상수상

2010년~ 현재

전국미용경연대회 심사위원

 

그외 다수 논문및서적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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